지난 5월.
몽생미셸(Mont-Saint-Michel) 여행 이야기.
그전에,
몽생미셸만큼이나 멋졌던,
그곳으로 향했던 길의 이야기도 꺼내보려 한다.
바로, 샤또 가이야흐(Château Gaillard) 그리고 옹플뢰흐(Honfleur) 에서의 순간들.
몇 번의 여행을 하고 나니,
우리에게는.
목적지를 정하고, 그곳으로 가는 길에 있는 여러 도시나 유명한 곳들을 들려보는 것이
정말 꽤나 큰 즐거움이 되었다.
목적지까지 가는 길이 서너 시간 혹은 그 이상일지라도,
중간중간 보석 같은 여정이 있어서
가는 길이 지루하지 않고, 모든 시간들이 하나하나 소중했다.
이제, 목적지까지 요이 땅!
가능한 빠르게 도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가는 여정, 돌아오는 여정.
집을 떠나며 시작되는 '그 모든 여행의 과정'이 우리에게는 소중해졌다 :)
우리의 여정.
몽생미셸로 향하는 고속도로 A13과 A84번 사이,
우리는
Les Andelys 지역의 Château Gaillard를 거쳐,
Honfleur에 들려서 쉬엄쉬엄 돌아보며 요기도 하고.
Mont-Saint-Michel에 저녁에 도착하는 계획으로 출발~
1. Château Gaillard | 샤또 가이야흐
첫 지점, Château Gaillard.
멋진 곳이라고는 들었으나,
뭐 그렇게 크게 기대는 하지 않은 채.
그냥 잠시 들려보는 코스였는데.
이런..
이런 광경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정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아니.. 정말 뭐지 여기?
어떻게 이런 풍경이 내 눈앞에 있을 수 있는지...
무너진 성은
센 강을 배경으로 그 모습 그대로가 장관이었다.
유유히 흐르는 센 강을 내려다보며,
한 편으로는 작고 아름다운 마을이 옹기종기 모여있고.
(리처드 1세가 이 요새를 올릴 때, 함께 지어진 작은 마을이라고 한다)
저 멀리 평화롭게 풀 뜯는 소와 양 떼들.
밀밭이 바람에 일렁이며 파도처럼 출렁이는 모습까지.
그냥.. 그림이구나.
이 나라는 어쩜..
이런 그림 같은 풍광들은 모두 다 가지고 있는 걸까.
한없이 한없이 계속 바라보고 싶던 마음.
무너진 성이지만,
한 때, 높았을 그 위엄과 당당하던 분위기는 그대로 남은 듯.
요새 함락 후,
성곽을 쌓았던 돌들은 다른 수도원이나 성을 짓는데 가져가서 사용하였다는데.
성곽의 돌이 매우 인기가 좋아서 많은 이들이 가져갔다고.
늘 그렇듯,
사진으로는 그 광활함과 벅찬 느낌은 다 담을 수 없고...
그래도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다시 보니,
그날의 그 감동이 다시 살아나는 듯.
파리와 가까운 곳이기도 하니,
꼭 들려서 눈에 담아보시길.
덧.
샤토 가이야흐(Château Gaillard )의 간단 히스토리.
이곳에 역사적 배경은 미처 모두 알지 못한 채 도착했는데.
찾아보니, 이곳은 프랑스와 영국 간 영토 지배권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매우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이 있었다.
1190년 대, 십자군 전쟁이 한참일 때.
지금의 프랑스령 서쪽의 대부분이 영국 영주들의 영토였던 시기이자,
용맹스런 국왕, 사자심왕으로 불리는 영국의 왕 리처드 1세의 시기이기도 하다.
당시 노르망디 지역은 정치적으로는 영국의 왕의 영토에 포함되어 있었으나,
법적으로는 프랑스령인 상태였다는 아주 복잡한 상황.
두 나라 간, 정치적, 영토적 대립과 분노 등으로
(사실은 두 나라 간의 왕들과 영주들 사이의 대립이라고 해야 할까? )
프랑스 왕 필립 2세는 호시탐탐 노르망디 지역의 주권(?)을 찾을 기회를 엿보았고,
이에 프랑스와 영국 간의 뺏고 뺏기는 대립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리고 1196년 경,
리처드 1세는 노르망디를 지켜내고, 빼앗긴 영토는 탈환하기 위해
노르망디 영지와 프랑스 령의 경계인 지역인 이곳 Les Andelys에 요새를 건설하게 된다.
그 요새가 바로 Château Gaillard.
리처드 1세의 별칭인,
사자심왕의 '난공불락의 요새'라는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
이름 그대로,
프랑스는 여러 번의 공격을 감행했으나,
요새는 쉽게 무너지지 않았고 프랑스군은 번번이 퇴각했지만,
결국, 1204년 프랑스왕 필립 2세에 의해 함락되고.
이로 인해, 이후 노르망디 지역은 차차 필립 2세에 섭렵되며 프랑스 왕국이 되어간다.
샤토 가이야흐를 세운 왕이 영국왕인 리처드 1세임을 알리며,
그의 휘하에 있었던 영토이었던 만큼,
여전히 이 요새에는 그의 깃발인 노르만 왕국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기념품으로 아이들용 칼과 방패, 노르만 왕조 깃발 등을 판매하는데
남자아이들은 아주 좋아할 듯 :)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았던 샤또 가이야흐를 뒤로 하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
2. Honfleur | 옹플뢰흐
두 번째 도착지,
Honfleur.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며,
'잠시' 쉬어갈 생각이었는데.
도시 구경에 시간 가는 줄 몰라 꽤 오래 머물렀었다 :)
옹플뢰흐에 들어서니,
궂었던 날씨는 어디로 가고.
거짓말처럼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새하얗고.
도시는 펄럭이는 깃발 아래,
크고 작은 요트들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회전목마는 없는 도시가 없구나~
딸랑구는 들떠서,
"엄마~ 여긴 지금 축제 기간인가 봐~ "
만국기들이 휘날리고 있으니 정말 축제처럼 보이네~ :)
그렇지만 정말,
상점에도 카페와 레스토랑의 테라스에도 사람들로 북적북적,
이 작은 도시의 거리는 축제마냥 활기로 가득.
이 도시는 항구라서, 늘 이런 분위기인 걸까?
왠지 모르게 기분을 붕~ 들뜨게 만들어주는 도시.
도시가 참 예쁜데.
배도 채웠고, 어디 좀 걸어볼까~
신시가지는 신시가지대로 반듯, 깨끗, 예쁘고.
노르망디 지역에 오면 보이는 전통 목조 구조들로,
구시가지는 또 구시가지대로 멋스러운.
그리고,
프랑스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다양한 크고 작은 갤러리들을 만날 수 있다.
좋은 그림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건,
참 큰 장점인 듯.
평화로운 요트와 바다 풍경의 그림들에 매료되어,
한참을 머물었던 작지만 아름다운 갤러리들.
옹플뢰흐 역시,
많은 예술가들이 사랑했던 도시.
아.. 이 마그넷들은 좀 데려올 걸 그랬나 ㅎㅎㅎ
아이처럼 한껏 들뜬 마음으로 작은 도시를 누비고 다닌 우리 :)
그야말로,
생기로 가득 차서 보석처럼 반짝였던 항구 도시.
이제, 더 늦기 전에 출발해야지!
발걸음을 재촉하고,
그렇게 다시 달려서.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는.
Bonsoi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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