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기록해 보는 오르세.
내게 파리의 미술관을 갈 수 있는 하루가 주어진다면,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무조건 오르세.
루브르 아니고, 오르세 :)
Musée d'Orsay.
파리의 3대 박물관 중 하나.
워낙 유명하니 구지 설명조차 필요 없겠지만.
그래도 간단히 보자면,
18~19세기의 작품들 그중에서도
인상주의와 후기인상주의 작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근대미술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혹은 익숙한 그 화가들의 작품들을 접할 수 있다. :)
파리 3대 박물관은 시대순으로,
루브르(고대 ~ 르네상스 미술) >> 오르세 (근대 미술) >> 퐁피두 (현대 미술)로
보유하고 있으니, 관람시에 참고하면 좋다 ;)
위치.
오르세 박물관은 파리의 7구에 위치하고 있으며,
센강을 사이에 두고, 튈르히 공원 그리고 루브르 박물관 건너편에 있다.
오르세 박물관은 원래,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 개최를 위해서 기차역이자 호텔로 지어졌던 건물로,
시간이 흐름에 따라 기차역으로서 그 규모가 한계에 다다르게 되어
1978년부터 미술관으로 용도 변경을 위해 리모델링이 시작됐고,
1986년, 미술관으로서 재개장하게 되었다.
미술관의 외벽에는
기차 플랫폼으로 사용했을 때,
도착지였던 도시명들이 각인되어 있다 ;)
> Tip 1. 오르세로 갈 때.
튈르히 공원 혹은 루브르를 등지고 선 길에서 센느 강을 바라보면,
오르세의 전체를 바라볼 수 있고.
강변을 거닐다가, 다리를 건너면
점점 가까워지는 멋진 오르세를 경험할 수 있다. ;)
튈르히 공원 앞에 내리는 버스를 탄다면 굿!
> Tip 2. 첫 오르세라면,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 꼭!
파리의 여러 박물관 중,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가 있는 얼마 안 되는 박물관이 바로, 오르세!
꼭 신청해서 가자.
요즘처럼 관광객이 많을 때는 무조건 온라인 예약!
원하는 날짜나 시간에 관람을 하고 싶다면,
오디오 가이드는 물론, 입장권도 당연히 미리 예약을 해두는 것이 좋다.
(아래 이미지를 클릭하면 티켓팅 페이지가 열립니다)
Musée d'Orsay.
이제 정말 들어가보자~
미술관을 들어섬과 동시에 탄성.
채광이 부드럽게 들어오는 실내와
대리석, 조각상들로 조화를 이루는 정말 멋진 공간.
이제 작품이 놓인 동선을 따라 나아가기만 하면 될 일.
특별히,
보고 싶은 몇 개의 작품이나 특정 섹션이 있는 게 아니라면,
오디오 가이드 안내에 따라,
혹은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나타나는
안내 간판에 따라 관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 듯.
일반적으로,
0층 >> 5층 >> 2층 >> 0층 아웃 순서로 안내된다.
0F.
미술관 안으로 걸어 들어오는 그 순간부터.
전시관의 동선을 따라,
아주 자연스럽게 근대 미술사의 흐름을 그대로 느껴볼 수 있는 것이 오르세의 가장 큰 장점.
0층은 근대 초기의 작품들 그리고 조각상.
세상 나른하게.
꽤 불편한 자세로 잠들어버린 조각상들이 맞이하고 있다 ;)
표정과 자세, 살결과 근육, 천의 흐트러짐.
이게 정말 돌이 맞았던 것일까 싶을 정도의 디테일.
조각상을 볼 때,
고대 혹은 르네상스 시기의 작품들을 볼 때,
그리스 신화 혹은 성서의 내용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작품의 의미나 상징성을 잘 이해할 수 있고,
또 더 재미있는 포인트를 찾아내며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아이들과 함께 라면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순간순간,
숨은 그림을 찾듯 발견해 나가는 재미도 얻을 수 있다. ;)
이렇게 조각상들에 감탄하며 서서히 중앙 홀로 끝까지 들어서게 되면,
5층으로 가게 되는 안내 표지판을 만나게 되는데.
5층으로 바로 올라갈 것인지,
0층의 남은 다른 작품을 보고 올라갈 것인지 선택하면 된다.
조각상들이 전시된 중앙홀 양 쪽에는
밀레와 쿠르베 등 많은 회화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유명하고 익숙한 18~19 세기의 회화작품들은 5층에서부터 시작되니,
위층을 보고 아래로 내려와서
다시 찬~찬히 0층의 남은 작품들을 바라보는 코스도 괜찮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중,
0층의 전시실의 광경.
오르세에 전시된 작품은 말할 것도 없고,
오르세 건물자체 하나하나의 디테일도 너무 아름답다.
5F.
5층에 오르게 되면,
바로 마주하는 곳.
오르세에 오는 모든 사람들이 사진을 남기는 곳 :)
대형시계 밖으로는
센강과 루브르의 풍경이 그림같이 보이고.
딸램과 함께 갔던 날,
그녀가 남겨준 유일무이 명사진 ;)
모네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
사실, 이렇게 큰 대작인 줄 몰랐었다.
눈앞에서 바라보고 있으니 벅차올랐던 느낌.
그림 속에서,
모네가 표현한 빛은 정말 눈이 부시다.
모네는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기리며 이 작품을 그렸다는 설이 있다.
그래서인지,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모네와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
풀밭 위의 점심식사는
흥미로운 스토리들이 많은데.
아니.
마네의 스토리가 흥미롭다고 해야 할까 :)
에두아르 마네는
기존 그림 형식의 틀을 깨고자 했었고,
또 그 주제 또한 사회상을 꼬집으려 한 작품들이 많았기에.
늘 그의 작품들은 화두의 중심에 있었던 것 같은데.
이 '풀밭 위의 점심식사' 역시,
처음 공개됐을 때 너무나 외설적이라며 엄청난 비판을 받았다고.
그때 당시 누드화라면 당연히,
종교나 신화적인 미화(?)된 요소들이 그림 속에 있어야 했는데.
마네는 그런 것 따위는 나 몰라라,
나는 너희 귀족들의 문란한 사생활을 그대로 보여주리라~ 했던 것.
당연히 그들의 불평과 비평을 샀을 수밖에 :)
마네는 또한 자신의 그림에 어떤 표식을 남기는 듯했는데.
('올랭피아'에서는 고양이)
이 그림에선 왼쪽 하단 푸른 드레스 아래 개구리.
개구리는 프랑스어로 grenouiile (그흐뉘유.. 아.. 정말 어려운 발음이다..)
'창녀'를 속어로 부르는 말이었다고 한다.
남은 흥미로운 이야기는 뒤로 하고...
이어지는 모네의 작품들.
인상주의의 꽃이었던 모네인 만큼,
오르세는 정말 많은 모네의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근대 이전
실내에서만 머물고, 신화나 교훈만 주려했던 그림에서
마침내 자연으로, 밖으로 나가면서 화폭에 담기 시작하던 작품들.
그중에서도 빛의 변화에 매료되었던 클로드 모네.
그 모네의 작품들 중에서도
나는 바닷가를 그린 풍경들에 쏙 빠졌는데.
아마도
이 즈음 부터..
호숫가나 바닷가 위 돛단배들을 그린 많은 작품들이
내 맘을 온통 흔들어 놓기 시작했던 것 같다.
눈부신 돛들과,
그 돛단배들이 반사된 일렁이는 물결
저 구름, 저 하늘.
아름다운 향연.
그 밖에 수많은 모네의 회화들이 넋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지베르니의 풍경들도.
우리도 이곳에 있었더랬지 :)
정말 화폭에 담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던 곳.
행복하고 사랑스러움이 가득 찬
르누아르의 작품들도 이어지고.
모두 내 눈앞에서 반짝이고 있었다.
작품들만큼이나 아름다운
우아한 액자틀을 보는 즐거움도 크고.
세잔이 등장하기 시작.
세잔의 그림에는
뭔가 설명하기 어려운.
뭔가 불편한, 그런 기묘한..
구도도 그렇고 색감도 그렇고.
그래서 당시에는
모두가 폄하하던 세잔이었다는데.
결국,
이렇게 세잔이 담고자 했던 자신의 의도는
근대미술에서 현대미술로 가는 교두보가 되었다고 하니,
한 발 앞서있던 그였던 것.
특히,
추상주의, 입체주의로 대표되는 피카소와 마티스 등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세잔은
기존의 원근법을 기본으로 하는 자연의 형태와 질서를 버리고,
화가 자신의 관점과 해석으로 화폭에 오롯이 담고자 했는데.
그 과정이 근대미술의 틀을 깨고 현대미술로 나아가게 했다는 것.
흠..
그렇게 세잔의 사과를 다시 바라보니,
달리 보인다.
이 사과를 그리기 위해,
사과의 앞과 뒤 옆을 수도 없이 관찰하며 이 한 폭에 담으며, '사과의 본질'을 표현하고자 했다는데.
피카소의 그것과 연결되는 지점.
사과인 듯 오렌지인 듯.
이 둔탁한 색감의 매력도.
드가의 작품들도 이어진다.
딸냉구와 갔을 때,
특히 발레 회화들이 많았던 이 섹션에서 오래 머물었던 우리 꼬마 아가씨.
드가가
담아낸 발레 하는 소녀들은 하나같이 여리고, 아름답지만
그림 전체엔 숨길 수 없는 쓸쓸함이 늘 서려있다.
이렇게 정신없이 작품들에 빠져서 앞으로 나아가다 보면.
좀 더 과학적인 구도와 색감을 표현하고자 했다는
신인상주의가 등장하고 있다.
특히, 원색의 작은 점으로 찍으며 원하는 색을 나타내고자 했던 점묘법.
색을 혼합해서 쓰는 것보다 더 순수한 빛과 색감을 나타낸다고.
뭐.
그런 것 다 모른다쳐도.
그냥 폴 시냑의 그림들이 내겐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이 섹션의 마지막은 쇠라의 대작 '서커스'로 강하게 마무리되지만.
기억에 오롯이 남아있는 건,
너무도 매혹적이었던 폴 시냑의 작품들.
폴과 함께 너무 아름다웠던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작품들도
해가 지니,
나갔던 배들은 돌아오고, 여인들도 평화로운 저녁 풍경.
아스라이 사라지는 저녁 빛과 파도.
꿈결 같은 작품들.
그렇게 이 작품들이 마무리될 즈음,
허기도 살짝 올라오고, 다리도 좀 피곤해진다.
물론, 곳곳에 의자가 많지만.
이때 나타나는 오아시스 같은 cafe.
오르세 대형시계 중 남은 한 편에 위치한 카페 겸 레스토랑 :)
참 아름다운 건축물.
브런치 삼아 시켰던, 부라타 샐러드 ;)
이 날 식사 후엔,
폴 시냑과 앙리 에드몽 크로스의 그림이
너무도 강렬하게 남아,
나는 다시 돌아가 한참을 그 앞에 서 있기도 했다.
그러다 조금 피곤해질 때면
창밖을 바라보며 리프레쉬 하기도.
한참을 실내에서 그림을 바라보다
생각지도 못한 창문 밖 풍경을 마주하면,
또 탄성이 나오고.
정말 오르세의 매력은 어디까지인지 :)
5층에서도
고흐의 섹션은 따로 있을 만큼
매우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었는데.
드디어 고흐의 방.
밝게 빛나는 북두칠성아래, 다정한 연인
잔잔한 강물결, 강물에 비치는 불빛들의 붓터치하며...
이 섬세함 보소.
고흐의 파랑과 노랑은 어쩜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싶고.
고흐만큼이나 강렬한 고갱의 작품들도 함께.
순수하게 느껴지는 것 같기도 하고
정확하게 계산된 비율과 색감인 것 같기도 하고.
그런 고갱.
2F.
사랑스러운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들이 있다.
한 때,
일본 미술, 특히 일본 판화에 매료되었던 그는
'자포나르'라고도 불렸다고.
그리고
또 내 맘을 이끌었던 작품 중 하나.
오르세를 갈 때마다
저렇게 바다와 호숫가의 풍경이 좋았나보다..
2층에는 회화 작품 말고도
아르누보 스타일의 건축 일부 그리고 가구들도 전시되어 있다.
0F.
다시 0F 으로 내려와
남은 회화 작품들을 감상.
밀레가
늘 서민적인 풍경이나 사람들만 그린 것은 아니었나 보다.
이렇게 꿈같은 풍경을 그리기도 했구나
0층의 회화 작품들이 사진에 얼마 담기지 않을 걸 보니,
아마도 많이 지쳤던 듯. ㅎㅎㅎ
마지막으로,
오르세를 나가기 전에는,
수브니어 숍.
딸램과 다닐 때는 언제나 오랜 시간 머무는 ;)
시냑에 홀랑 빠졌던 때.
파리에서 느낀 것 중 하나는.
박물관은 물론,
평범한 서점에서도 'Paris'를 설명하고 그리며 안내하는 책들이
정말 굉장히 다양하고 많다는 점인데.
박물관의 수브니어 숍에서는 단연 한 코너 전체를 차지한다.
어른이 보아도 멋지고 아름다운 삽화들로 구성된
아이들을 위한 책들도 많고.
파리에 대한 자부심이 정말 대단한 듯.
우리 서울도 아름다운 곳이 많은데.. 라는 생각을 해본다.
파리에 머물면서
가장 많이 방문했던 미술관 중 하나인 오르세.
단 한 번에 이 많은 작품들을 감상해 내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파리를 여행 중이라면, 아쉽지만 한 번으로 만족해야겠지만.
파리에 잠시 머무는 중이라면, 두 번 세 번 다니며
세세히, 천천히 감상하는 사치를 누려보시길.
갈 때마다 쌓이는 작가와 작품들의 스토리로 깊이가 달라지고,'나의 취향'이라는 것도 자라나기 시작할 테니~ :)
갈 때마다 익숙한 듯,
하지만 새롭게 작품들을 바라보게 되는 오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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